[BIFF 인터뷰] ‘연기하는 감독’ 이환 “혹독한 이별, 연출의 시작” (출처 : 다음연예)

영화 ‘박화영‘으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오늘 비전 부문에 초청된 이환 감독. 영화 ‘암살‘ ‘밀정‘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한 그는 "인간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다루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매년 부산국제영화제에는 한국영화의 ‘내일’을 이끌 영화, 그 작품을 만든 감독과 배우들이 찾아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범한 도전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신예가 나타났다. 영화 ‘박화영’으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부문에 초청된 이환 감독도 그 중 한 명이다.

이환(38) 감독은 배우 겸 연출자이다. ‘암살’과 ‘밀정’ 등 흥행에 성공한 상업영화에서 배우로 활약해왔고 동시에 시나리오를 쓰고 단편영화를 연출하면서 감독으로서도 경험을 쌓아왔다. ‘박화영’은 장편 데뷔작.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고 ‘무시무시한 영화’의 탄생을 알렸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이환 감독은 “관객에 처음 영화를 공개하는 일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떨린다”고 했다.

 

 

● 이별 경험 표현하려 연출 시작…단편 ‘지랄’ ‘집’ 주목 

‘박화영’은 가족 없이 혼자 사는 18살 여고생 박화영의 이야기다. 그의 집은 반항심 가득한 가출 청소년들의 아지트. 이들은 박화영을 ‘엄마’라고 부르지만 정작 무리에는 끼워주지 않는다.

‘박화영’이 담은 10대들의 세계는 그대로 정글이다. 가족, 부모, 집, 학교 같은 울타리에서 벗어난 10대의 세계에는 양육강식이 분명하다. 마땅히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 가치도 이들 세계에선 소용이 없다.

영화 속 인물들이 벌이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잔인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2시간 남짓한 영화를 보고나면 얼얼한 기분에,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만큼 충격파도 크다.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라, 슬프기까지 하다.

이환 감독은 1년여 동안 ‘박화영’의 시나리오를 썼다. 처음 들어보는 10대만의 언어가 영화를 꽉 채우고 있고, 10대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가득하다.

“많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취재를 거쳤다. 10대 아이들을 소개받고 만나 이야기도 들었고, 내가 시나리오를 쓰러 자주 가던 집 근처 카페에 학생들이 많이 왔다. 노트북 켜놓고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애들 대화를 엿듣고, 맛있는 거 사주고 대화하기도 했다.”

감독 자격으로 부산을 찾았지만 이환 감독은 배우로 여러 차례 부산국제영화제를 경험했다. 얼굴을 알린 2009년 영화 ‘똥파리’도 부산에서 먼저 소개됐다. 2012년 출연한 ‘암살’이 1200만 관객을 동원하고 나서는 이름도 알려졌고, 영화 출연 제안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그 때 이환 감독은 ‘박화영’ 작업에 본격 돌입하면서 ‘배우’ 대신 ‘감독’을 택했다.

그가 처음 연출을 시작한 이유는 “순전히 사심 때문”이라고 했다.

“5~6년 전쯤 굉장히 깊은 연애를 하다가 헤어졌는데 이별하고 나서도 감정이 잘 정리되지 않았다. 술을 많이 마셔도 해결이 안 되더라. 어느 날 만취해서 여자친구 집 앞에 갔던 모양이다.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다음날 휴대전화를 보니 1분짜리 영상이 저장돼 있었다. 집 앞에서 서성대던 내 모습이다.”

이환 감독은 그 영상을 계기로, 당시 감정을 담은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2011년 만든 ‘지랄’이다. 영화는 운 좋게 여러 영화제에 출품됐고, 2013년 두 번째 단편 ‘집’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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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화영‘의 한 장면. 주인공 박화영 역의 김가희(오른쪽)와 미정 역의 강민아. 사진제공 | 명필름

 

● 명필름영화학교에서 2년간 작업…“사람의 성장 이야기 관심”

‘박화영’의 시나리오에 관심을 보인 곳이 영화사 명필름이다. 경기도 파주에 신인감독 등 영화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명필름영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명필름은 이환 감독에게 학교에 입학해 2년 과정을 거치며 영화를 완성하길 권했다.

“많은 영화를 만든 제작사에서 영화학교를 만들어 신인을 배출하고, 그 인력을 다시 한국영화로 돌려보낸다는 취지가 정말 좋았다. 전문가들의 도움 속에 ‘박화영’은 더욱 풍부해질 수 있었다.”

출연한 배우들은 대부분 얼굴이 낯선 신인들. 하지만 누구 한 명 빠짐없이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며 생생한 연기를 펼친다.

특히 주연 3인방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타이틀롤 박화영의 김가희, 박화영이 유일하게 마음을 쏟는 미정 역의 강민아, ‘가출팸’ 리더 영재 역의 이재균은 까다로운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음은 물론이고 촬영 전 3개월간 작품을 완벽히 익히고 표현하도록 호흡을 맞추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김가희는 역할을 위해 몸무게 15kg을 찌웠다. 이환 감독은 “가희는 3개월 동안 파주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면서 살을 찌웠고, 매일 일기를 쓰게 해 그 내용을 토대로 어떤 고민을 하는지 어떤 마음인지를 두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연극 무대로 출발해 10년 넘도록 연기를 해온 배우이기에 이환 감독은 누구보다 연기자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내가 주문한 건 딱 하나다. 카메라 앞에서 견뎌라, 버텨라. 너희 얼굴에 이미 각각의 캐릭터가 다 들어가 있으니 카메라 앞에서 버티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작업을 마친 지금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박화영’은 새로운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로 평가받으면 좋겠다.”

이환 감독은 가출한 아이들, 무책임한 어른들로부터 버림받아 소외된 아이들의 이야기인 ‘박화영’을 통해 “사람의 성장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꼭 10대만이 아니라 30, 40대도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장은 사람의 나이와는 상관없는 일 아닐까. 사람들의 관계에도 관심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아주 기형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인물이 내 관심을 자극한다.”

그는 앞으로도 ‘연기하는 감독’ 혹은 ‘연출하는 배우’로 살아갈 예정이다. ‘박화영’에 이어 준비하는 영화도 있다. 제목은 ‘영동시장’. 영화 제목을 놓고 고민하던 그에게 시나리오를 읽은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명쾌하게 지어준 제목이라고 했다.

“‘박화영’이 10대의 성장이라면 ‘영동시장’은 20대의 성장영화가 될 것 같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여성들의 욕망, 그들이 만나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계를 그리려 한다.”

“인간의 성장”을 말하려는 이환 감독의 시선은 주로 여성으로 향한다. ‘박화영’를 통해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던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켰고, 그 작업은 ‘영동시장’으로도 이어지는 셈이다.

“남자가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그래도 여자가 가진 욕망이 더 궁금하다. 이질적인 매력도 느껴진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앞으로도 과감하고 연출하고 싶다.”

 

해운대(부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BIFF 인터뷰] ‘연기하는 감독’ 이환 “혹독한 이별, 연출의 시작” | 다음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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